<살인의 추억> 이 2003년 봄에 개봉했는데,
그때 오랜 연인이었던 지금 신랑과 함께 보기 시작해서,
그동안 개봉한 봉준호감독 영화는 부부가 되어서 함께 보았고,
<기생충>은 중딩이었던 아이와 함께 보았고,
그리고 아이 대학합격 후 신랑과 둘이 본 <미키17>.
봉준호감독의 필모그래피와 우리 삶이 함께 했더라고.
이런 느낌 때문인지 <미키17>은 그간 봉준호감독 영화와 달랐다.
영화 자체가 이전 영화들과 다른 건지,
아니면 내가 달라져서 그런 건지 헛갈리는데,
봉준호 감독 영화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른 건 처음이라..ㅎㅎ
눈물이 2번 터졌다.
첫번째는 크리퍼들이 크레파스에 빠진 미키17을 지상으로 들여올려 구해주는 장면.
화면은 크리퍼들이 열심히 온몸으로 미키17을 옮기는 와중에
미키17의 내면의 소리가 나오는데,
왜 자길 안 먹지? 맛이 없나? 복제되어서 맛이 없어서 그런건가? 등등
미키17에겐 크리퍼들한테 잡아먹혀 죽는 상황, 혹은 죽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 현실에 최대한 순응하는 - 죽기 싫어! 그런 게 아니라 - 미키17를
보면 눈물이 차올라 저항없이 흘려내렸다.
이 장면 전에 미키의 사연이 나오고, 익스펜더블로써 계속 죽어서 17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과정이 SF영화라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아 그런 설정인가보다..하는 느낌으로 미키의 고생을 쭉 보게 되는데,
아 미키가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자기 쓸모"와 "있을 곳(친구옆?연연옆?)"을 위해
잔혹한 (자기가 죽는 상황인데도!) 상황에서도 순응하고 있더라고.
미키는 SF영화 속 어떤 인조인간 그런 게 아니라 "나 혹은 우리 그 자체"더라고ㅠㅠㅠ
두번째 눈물은 미키18이 독재자를 처단하는 장면이었는데,
그게 어떤 자기 희생이라서 그런가?싶었는데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미키18은 계속 화를 내는데, 그건 미키17이 겪은 부당함에 대한 분노였다.
(처음에는 어리버리한 미키17에 대한 불만으로 보였어)
그리고 미키18도 미키 자체인데, 자신의 쓸모를 다하기 위해서
자기가 죽을 버튼을 누른 거라고 느껴지더라고.
어리버리하고 착한 미키17과 난폭한 미키18이 같은 사람이라는 거.
이렇게 되고 보니,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미키반스"라는 인간에 대한 연민,
그리고 나와 우리에 대한 연민,
혹은 미키 혹은 우리 정말 열심히 살아왔구나..
독재자를 처단한 미키18도,
독재자가 부활하는 악몽에 시달리는 것도 미키구나..나 혹은 우리구나..
이제까지 봉준호감독의 영화에서 연민이 느끼는 대상은 "victim 혹은 minority"(들)이었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부조리에 대한 불만과 저항감, 아니면 잔혹한 현실에 대한 서늘함이 남았던 거 같다.
근데 <미키17>은 다 보고나니 "humanity"라고 명명되는 감정이 남았다.
어리버리하고, 현실에 순응하고, 최선을 다해 자기 쓸모를 입증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미키반스"가 남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신랑 감상평, 사람들이 안좋아할 거 같지만 나는 괜찮았어, 재미있네..라고 하던데
영화를 보고 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런 반응이었던 거 같은데,
이건 봉준호감독에 대한 애정, 그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들이지 않을까..
아마 이 마음도 봉감독이 영화에서 그리고자 했던 그 humanity의 일부가 아닐까 해.
악플러들에게 물어뜯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 (우린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잃었으니깐..)
p.s 로버트패틴슨 그 잘 생긴 얼굴로 그토록 어리버리하고 선함을 연기한 그에게 경의를 표함..
로버트패틴슨이 캐스팅 1순위였다는 봉감독의 말이 (나영석의 나불나불에섴ㅋㅋ) 그냥 하는 얘기겠지..라고
생각한 나를 반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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