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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smugglers.kr
어제 아이가 학원 간 틈을 타 후르륵 <밀수>를 보고 왔다. 개봉한지 좀 지나서 다른 여름개봉작에 밀려 극장에서 못 볼까봨ㅋㅋㅋ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등 화려한 캐스팅에 흥행메이커 류승완 감독이니 재미있겠지.. 하고 보러감.
영화는 뭔가 만화같이 떠들썩하고 시끌벅적한 해녀들의 밀수 이야기였다. 역시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는 틈 없이 재미있었다. 어쩌면 진숙(염정아역)과 춘자(김혜수역)의 버디무비(남자만 하란 법 있나) 같더라고.
70년대생이긴 하지만 내 기억 속 첫 가수는 조용필부터여서 그런지, 70년대 히트곡메들리로 쭉 깔리는 음악들이 어디서 들어는 봤지만 나에게 감흥을 준 유행가들은 아니어서 와닿지는 않았는데, 그걸 기억하는 이들에겐 감흥이 상당히 있었을 거 같더라고. (내가 응답하라1988과 1994가 1997보다 더 와닿았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보다 50년쯤 전 이야기지만 저런 야만의 시대가 있었나 싶을 만큼 70년대는 영화에서 다뤄지면 지금은 사극이다. (<남산의부장들>이나 <1987>도 현대사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을 다뤘지만 사극이지 사극이야) 그래서인지 결국 현재의 눈으로 그 당시를 해석해서 풀어내느냐가 뽀인뜨였던 거 같다.
전통적 바다는 남자의 일터다. (해녀라는 직업도 삼춘들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임) 해녀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도 바다가 오염되거나 일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항구에서 뱃사람들 빨래를 해주거나 생선손질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생계 때문에 상어가 나오는 바다로 나가서 다리가 뜯겨도 보상은 커녕 치료비도 받지 못하고 말이다. 아버지가 선장이었던 진숙조차 아버지의 배를 다시 찾는 건 결국 못나고 못된 남자들을 다 수장시키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심지어 배신자빌런 장도리(박정민역)는 상어가 해결해줌.. 앗 이 모두가 스포인가ㅎ)
멜로가 없는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 자기 생계를 자기가 책임지는 여성들이 1970년대도 있었다고, 그 언니들이 지금의 여성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남자들에게 기대 자기 살 길을 찾기보단 자기 삶을 자기가 책임지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노라고 영화 <밀수>는 내게 말하는 거 같았다.
요 몇년 사이에 "여성서사" 어쩌구 하면서 멜로가 아닌 여성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제법 나왔는데, 흥행에선 그다지 확! 크게 인정받지 못한 거 같은 느낌이지만, 그걸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스크린 속 멋진 모습으로 꿈꾸지 않을까 한다.
p.s <밀수>까지 보고나니 난 <길복순>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더라고. 남편은 아마 그게 애딸린 엄마를 다뤄서 그럴 거라고 하는데, 뭐 그거야 ㅋㅋㅋ 잘 모르는 소리.
#영화밀수 #염정아는진숙이 #김혜수는춘자 #길복순 #여성서사라는말은이제는무의미한갈라치기 #영화밀수스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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