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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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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개봉한 영화를 개봉일에 봤는데, 간만에 꽉 찬 극장에서 봤는데, 관객들이 웃을 뽀인뜨도 없이 긴장감있게 3시간을 함께 한 느낌이었다. (긴 영화들은 보통 재미가 없거나 하면 함께 보는 관객들이 우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함) 남편과 아이도 함께 보았고, 아이는 학교 "과학사"시간에 오펜하이머에 대해서 발표수업?보고서?도 내고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도 읽고 심화보고서 쓸 예정이라 배경지식이 나름 있는 상태에서 보았고, 남편은 크리스토퍼놀란 감독을 워낙 좋아하고 "알쓸별잡"을 보고 함께 보기로 결정하였다.
개인적으론 프로메테우스 혹은 시지푸스의 신화에 어릴 때부터 큰 관심이 있었는데, 선지자적 인간의 운명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었던 거 같다. 신화에선 신의 형벌을 받아 고통 속에 시간을 보내는데, 신은 왜 그토록 인간을 생각하면서도 인간에게 좋은 걸 갖다준 인간을 벌할까 등등 어린 나에겐 많은 신화이야기 중에 가장 의문점을 많이 던져준 거였다. (특히 알베르카뮈는 20대꼬꼬마시절 내게 큰 영향을 준 작가인데, 그의 시지푸스의 신화에 뭔지도 모르고 큰 감명 ㅋㅋ 이후 담고 살았던 거 같음)
시지프 신화
카뮈가 첫 작품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한 작품으로, 집필은 <이방인>보다 먼저 시작했다. 이 작품은 그의 문학적 기반이 되는 사상의 단초를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 이야기로 풀어 나간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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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한도전에 하하가 <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란 두꺼운 책을 들고 등장했을때, 아 뭔가 미국에 그런 닝겐이 있었나?라고 좀 찾아봤는데.. 핵폭탄의 아버지라... 뭐 핵폭탄 만들고 논란과 죄책감에 시달린 건가.. 정도로 생각하고 마무리. (과학자에 대한 길고긴 평전을 읽을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거 같다. <스티브잡스>도 <스티브잡스>라는 영화를 보고 평전을 읽었으니)
그리고 내 눈 앞에 펼쳐진 <오펜하이머>는 프로메테우스신화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 풀어주었다. 모든 것이 납득이 되어서 속이 후련했달까. 프로메테우스에게 주어진 신의 형벌은 인간의 부족함과 열등감에서 오는 시기와 질투로 등치되고, 역사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자는 영광만큼의 고통 속에서 나머지 생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규율을 어기고 불을 훔쳤듯이 오펜하이머 역시 성취를 위해서 많은 잘못을 저지른 인간이었다. 성취가 있다고 해서 면죄가 되는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결국 오펜하이머가 꼬투리가 잡히는 부분도 결국 본인 저지른 일들이었다는 데서 오!가 있었다. 보통 전기, 평전들은 해당인물의 긍정적인 면만 다룰려고 하지만 이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허와 실까지 스토로스의 그것과 대등하게 다뤘다고 해도 무방한 거 같다.
영화에선 "시점"이 다양한 사건들이 뒤엉켜서 펼쳐지는데, 오펜하이머의 대학시절부터 다뤄지는 컬러부분과 스토로스(로다주역)와 오펜하이머가 만난 시점부터 다뤄지는 부분, 스토로스의 상무장관청문회부분, 오펜하이머의 비공개청문회부분이 뭐가 지금이고 과거인지 모르게 펼쳐지다가 스트로스의 청문회와 오펜하이머의 청문회가 마치 동시대에 있었던 것처럼 펼쳐지면서, 두 인물의 결함과 그것들을 통해서 겪는 논란과 수모 속에 오펜하이머도 스트로스도 모두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걸 보여준다. 이후 스트로스가 결정적으로 쪼잔하게 오해한 부분이 드러나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오펜하이머가 복권되는 듯 상을 받는 장면이 나오지만 마지막 아인슈타인과 한 대화에서 오펜하이머가 결코 승자가 아니라 고통받는 프로메테우스 그자체였군! 이란 느낌을 팍 받았다.
그리고 감독이 시점을 섞어서 이야기를 펼치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인 인식하는 "인과관계"에 대한 회의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 에를 들어 오펜하이머가 핵폭발이후 겪는 고난의 원인이 과연 무엇인지 - 스트로스라는 욕심많은 영감의 음해 때문이야!라고 단순하게 말하는 거 말고 - 좀더 복합적으로 고민해보자는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시간적 선후로 배치되어서 인과관계가 설정된다면 너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고 말이다. (이건 스트로스가 겪는 고난도 마찬가지다)
관객들은 아마 영화에서 뭔가 다른 것들을 원했던 거 같다. 영화가 길어서 지루하고, 여성캐릭터가 이상하고 등등 불만을 쏟아내지만 영화가 오랜만에 등장한 "걸작"이라는데는 이견은 없는 거 같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다고 마스터피스인 게 아닐 수는 없으니. 동시대에, 현장에서 걸작을 보는 느낌은 매우 그럴 듯한 지적 충만함을 준다, 확실히.
p.s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했는데, 킬리언머피, 로다주, 에밀리블런트, 플로렌스퓨 등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 만든 앙상블이기도 하넹. 개인적으로 플로렌스퓨가 연기한 진이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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