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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거

콘크리트유토피아_박보영과 박서준의 재발견(약스포O)

by 행운동한나 2023. 8. 22.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43538

 

콘크리트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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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daum.net

아이가 개학한 틈을 타 남편과 함께 본 <콘크리트유토피아>. 큰 기대 없이 봐서 그런지 - 이제 생각해보니 배우들이 나한텐 큰 기대가 없던 배우들이라 그랬던 듯 -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다. 요즘 왜 극장영화여야 하는가에 영화가 응답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내가 OTT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영향이기도 함) <오펜하이머> 와 다른 방향에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할 이유가 분명했다. 

<오펜하이머>가 시각과 음향효과, 그리고 주인공클로즈업 등 극장에 줄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서사와 플롯을 구축하고 감정선까지 이끌어 관객에게 충격과 감동을 준다면, <콘크리트유토피아>는 재난이후라는 가상의 설정을 극장이라는 폐쇄공간에서 오롯이 집중하게 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밀도높은 연기(이것도 폐쇄된 극장에서 보지 않으면 잘 느끼지 못할 수도)로 표현하면서 관객에서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을 유도한다는 면에서 극장영화로의 존재감을 뿜뿜! 

"한국"영화에서는 영화를 보다가 우리 사회 속 나의 모습 혹은 공동체의 모습이 떠오르고 복잡한 심정이 드는 "사회파영화"들이 간간히 있는데, 나한테는 박찬욱의 <복수는 나의 것>과 봉준호의 <살인의추억><기생충>, 한재림의 <우아한 세계>가 특히 그랬다.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어렴풋이 예언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콘크리트유토피아> 역시 그러했다. 

그리고 연상호감독의 <돼지의왕>과 <사이비>에서도 느끼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같이 한국사회의 폐부를 다룬 이야기의 향기가 <콘크리트유토피아>에서도 강하게 났다. 특히 인물들이 모든 것이 붕괴된 재난상황에 처하고, 겪어내면서 하는 선택과 행동들은 확실히 소설적 이야기이었달까.(문학적이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은 게, 확실히 이건 영화!니껭) 나 자신을 대입할 수도 있고, 내 주위에 어디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이게 서스펜스를 강하게 유발해서 결국 끝이 궁금해지는 재미있는 영화로, 그리고 끝을 알고 나면 어쩌지?하는 감정까지 들게 한다는 면에서 "한국형" 수작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개인적으론 영화에서 황궁아파트에 숨어든 외부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마녀재판? 인민재판?적 현상 - 지금도 사이버불링이나 여론몰이에서 잘 드러나는 - 을  다룬 시퀀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다시 보게 된 배우 둘. 박서준과 박보영.

민성과 명화, 부부로 등장하는 두 사람의 연기가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박서준과 박보영이 티비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인기스타로 자리잡은 이들이지만 <콘크리트유토피아>로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성실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남편 민성의 모습과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내 명화의 모습은 자칫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박서준과 박보영의 연기!로 관객에게 "납득"되었다. 그래서 민성과 명화의 결단과 선택이 각자도생의 시대가 되어버린 재난상황에서 최선이겠구나, 살아남은 명화는 잘 살아가겠구나 (아.. 스포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스포인가..)하는 소소한 희망까지 보여주었다. 

이병헌의 연기야 뭐...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지 특별할 것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원래 잘하는 냥반이니껭), 모세범 혹은 김영탁의 캐릭터는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가 연기한 인구의 그것으로부터 한치라도 나아가기보다 되려 더 안좋은 상황으로 "집"을 차지하고 아파트대표가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가장의 현실을 최악의 나락으로 드러낸 거 같아서 안타까웠다. 

물론 모든 것이 붕괴된 재난상황 즉 구조따위 없는 (연상호의 <반도>에서만 해도 구조!에의 희망은 있었는데 말이지) 현실에서 기존의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고 "그냥 살아야"하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렸고, 그 속에서 명화(박보영분)가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과 함께 그래도! 잘 살 아갈 거라는 느낌을 받고 영화가 마무리 되었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펼쳐진 각자도생의 시대(급우울해짐ㅠ)에도 "우리"는 그럭저럭 그냥! 잘 살 수 있을거고 그럴려면 서로 돕는 편이 훨씬 낫다는 메세지로 받아들였다. 

p.s 감독이 엄태화님인데, 남편과 나는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엄태구 배우를 "태구"라고 부르면서 내적 친밀감있게 좋아하는데, 보니깐 "태구형님"이더라고. 재능있는 스타감독이 탄생했는데, 태구형님이라 좋아씀...ㅋㅋㅋㅋㅋ